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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가 넘는 더위에도 그나마 습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버틸만한 날이다. 내려쬐는 햇볕의 무더위에 호박은 농밀하게 익어간다. 엊그제부터 들리기 시작했던 매미도 땅속에서 하나둘씩 올라와 단단한 껍질을 남겨두고 제짝을 찾기 위해 연실 울어대기 시작한다. 시간은 참 빠르구나.

 

주말에는 비가 또 온다고 한다.

 

비가 올려면 오고 말려면 말라지, 장마가 시작되려면 화끈하게 뿌려 놓던가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날씨에 불쾌지수만 자꾸 올라간다. 여름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날도 좋을까?

여름이 좋은 이유는 휴가와 시원한 바닷가가 있기 때문일 텐데, 아니면 모처럼만에 일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고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거나 하는.. 등산도 좋단 말이다. 그런데 휴가 내서 등산 가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다.

 

주말에 비가 오면 좀 더 시원해질 텐데..

일기예보상으로는 비 소식이 있긴 하지만 시시각각 예보 자체도 변하니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정확도가 별로 없달까. 암튼.

이전 태풍이 소멸해 버리고 이제 다른 녀석이 슬슬 오기 시작할 텐데.

 

 

호박
열매가 올라오는 호박

 

 

덥지도 않은지, 아니면 내려쬐는 햇볕이 좋은 건지 노지에 아무렇게나 피어나던 호박 덩굴에 열매를 가진 암꽃 하나가 피어있다. 이건 내가 찜해둔 것. 아주 작을 때부터 찜해둔 것이다.

노지에 핀 호박이라 사실 주인은 없다. 주변에는 풀과 뱀딸기만 무성할 뿐.

 

요 작은 호박이 점점 자라서 먹을 만큼 커지면 집에 가져갈 생각이다.

단지 아쉬운 것은 집과 가까운 곳이 아니라서 계속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안 보는 사이에 누가 가져갈까 봐 전전 긍긍하는 내 모습이 웃기기도 하다.

 

그래도 자라는 속도를 보면 일주일도 걸리지 않을 테다. 기다리고 있어.

 

 

매미껍질
탈피한 매미 껍질

 

 

길가에 식재되어 있는 사철나무 줄기를 따라 여러 매미 껍질들이 매달려 있다.

언제 탈피를 했는지 그 수가 제법 손으로 셀 정도 되니, 아마도 매미가 울기전 이태쯤부터 올라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부지런한 녀석들..

 

여름 한철이라고는 하지만 연실 급하고 바쁘게 울어댄다.

요즘은 밤에도 가로등이 밝기 때문에 도로 주변의 숲에선 늦게까지 잠도 안 자고 매미가 우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덕분에 그 주변 주택가들은 밤새 뒤척이겠지. 이 또한 여름의 멋이 아닐까 싶다.

 

더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눈을 돌려보면 참 볼것들이 많다.

끈적이는 땀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보는 파란색의 하늘과 흰색으로 뭉쳤다가 어느새 흩어지는 구름들도 이 한 계절의 즐거움을 누리기에 이만한 게 있을까.

볕에 농밀하게 익어가는 호박이나 짝을 찾기 위해 힘들게 매미 껍질을 내려놓은 매미들이나..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바쁘고 힘들고 더운날 일하느라 고생이 많아.

힘들면 잠깐 쉬고 커피 한잔.

어때?